머 리 말

예배는 교회의 모든 행위 가운데 가장 우선되는 핵심적 요소이며, 예배를 바르게 드리려는 노력에서 기독교 문화가 시작되었다. 예배에 대한 신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는 ‘예배란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며 이 응답이 바로 찬송이라고 보고 있다. 예배는 하나님과 예배자의 수직적 관계로 예배의 대상은 하나님이시다. 예배를 쉽게 설명한다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인 말씀과 우리가 하나님께 드리는 예물인 찬송과의 만남이라 하겠다. 이 하향적 요소(말씀)와 상향적 요소(찬송)는 어느 하나에 치우침이 없이 예배에 알맞은 순서와 질서 가운데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한국 교회는 의식을 중시하는 영국 교회의 박해 가운데 미국으로 이주한 청교도들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았다. 초기 미국 교회의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은 반 의식적인 교회(anti-liturgical church)로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고, 미국내의 세 차례에 걸친 대 부흥 운동의 영향은 예배에 집회적인 내용들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 한국의 개신교회는 각 교파가 나름대로 교리나 전통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운데, 이는 미국 교회로부터 받은 영향 중 교파적인 영향보다는 집회중심인 부흥주의 교회의 영향을 집중적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대부분의 교회는 성장 위주의 길을 걸어 왔다. 그 결과 교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예배에 대한 관심은 소홀하게 되었고 생각없이 과거의 것을 답습하는 상태에 머무르게 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선교 초기에 행해진 집회적 형태의 예배가 선교 2세기를 향한 한국 교회에 변함없이 그대로 남아 한국 교회의 예배로 정착하려는 분위기에 대하여 위기감마저 느껴지는 것이 솔직한 저자의 심경이다.

한국 교회의 예배 중 집회적인 요소를 다음과 같이 살펴 보았다.

예배에서 성서일과(Lectionary)에 의한 성서 봉독 없이 설교에 인용되는 짧은 성경 구절들만이 봉독된다.

기독교 예배는 크게 나누어 말씀이 중심이 된 부분과 성찬 의식이 중심이 된 부분으로 되어져 있다. 말씀이 중심을 이루는 예배의 중심부는 성서 일과에 의한 성서가 봉독되는 부분이다. 이는 구약시대부터 내려와 기독교가 계승 발전한 것으로 교회나 교파에 구별없이 예배에서 가장 중요하고 권위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목회자가 자유스럽게 설교를 준비하고 준비된 설교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성서의 구절을 소개하는 것으로 집회적인 모임에서 행하여지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예배의 주제가 교회력이 의하지 않고 개인적이며 즉흥적이다.

교회력은 예배의 주제를 설정하는 데 있어 가장 객관적인 기준이 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교회력에 근거하지 않고 어느 개인이나 단체에 의하여 예배의 주제가 설정되고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예배라기보다는 집회에 가까운 내용이다.

성찬 의식이 없는 예배를 드린다.

기독교 예배에서 성찬 의식은 가장 기독교적인 내용의 하나이다. 미국의 개혁파 교회의 전통이 성찬을 일 년에 몇 번 정도로 제한하고 있기는 하나 한국 교회들이 교파에 관계없이 모두 이를 따르는 것도 집회적인 영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예배에서 기도가 기도문에 의한 준비된 기도가 아니고 즉흥 기도이다.

초대 교회부터 아름답고 예배에 알맞은 준비된 기도문이 예배에서 사용되어 왔으며, 이것은 대부분 교회의 전통이다. 그러나 미국 청교도 교회에서 일반화된 즉흥 기도가 한국 교회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교회는 예배에서 평신도가 목회 기도를 하고, 헌금기도, 축도 정도의 기도로 제한되어 있으며 목회자의 목회 기도, 죄의 고백 기도, 중보의 기도 등이 없다. 이렇게 예배에서 기도의 종류나 내용 그리고 그 수가 제한된 것도 집회의 영향으로 생각되어진다.

예배에서 찬송보다 대중성이 강한 복음가를 부른다.

예배에서 찬송을 받으시는 대상은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찬송은 내용과 그 수준에 있어서 예배에 알맞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집회에 알맞는 대중성이 강한 복음가를 부른다. 이것 역시 예배 아닌 집회적 특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예배에서 집례자의 역할이 설교자에 비하여 보조적이며 제한적이다.

한국 교회의 예배가 설교 중심이라 하여도 집례자의 역할은 너무 보조적이며 제한적이라 생각된다. 교회의 전통은 예배의 집례가 담임목사의 책임이나 한국 교회는 예배의 설교는 담임목사의 몫이며 집례는 사회자라는 이름으로 부목사가 담당한다. 이는 설교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진 집회의 분위기로 생각된다. 한국 교회의 주일 대예배의 모습을 보자. 부흥집회에서 본 교회의 목사가 집회를 인도하고 청빙된 강사가 설교만 담당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된다.

한국 교회의 예배는 그동안의 안이함과 무관심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화하려는 의지가 절실하다 하겠다. 한국 교회가 하나님 앞에 바로 서기 위하여서 모든 일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일이 하나님께 올바른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그리스도의 생애와 관계된 중요한 절기를 중심으로 교회의 전통과 성서에 기초한 예배, 경건한 음악과 아름다운 기도문으로 구성된 예배, 그리고 회중의 역할이 없는 수동적인 예배가 아닌 참여하는 예배가 되도록 노력하였다.

1992년 6월

강 신 우

주) 이 책에 소개되어진 예배들이 한국교회에서 익숙치 않아 준비할 때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에 출판사에 연락하시면 저자가 도와 드리겠습니다.